#닭칼국수를 먹으려다 문득 궁금해져버린 삼계탕집 주인할머니의 안부
회사 근처에 가끔 들르는 삼계탕집이 있다. 깔끔하고 정갈한 집이다. 나이드신 주인 부부께서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의 친근함과 친절함을 보여주신다. 뼈를 발라내거나 껍데기를 벗겨야 한다거나 월남쌈처럼 조립과 재구성의 과정이 필요한 음식들은 매우 귀찮아 하는 편이라, 뼈를 한 껏 발라 내야만 하는 삼계탕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닭고기는 즐기기에 그 식당을 가게 되면 닭계장을 시켜 먹고는 했다. 뼈를 발라내지 않고서도 닭고기를 먹을 수 있으면서 적당히 매콤한 양념이 되어 있으니 나로서는 최고의 대안이었다.
가장 친한 동료와 함께 그 집을 다시 찾았다. 원래는 다른 동료들과 함께 샌드위치를 먹으려 했으나 친한 동료가 그 집에 간다는 말에 뜨끈한 닭계장이 먹고 싶어 따라 나섰다. 자리에 앉아 벽에 붙은 메뉴를 살펴보았는데 닭계장 메뉴 위에 하얀 종이가 붙어 있었다. 더이상은 닭계장을 팔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닭칼국수를 시켰다. 그런데 그날은 주인 부부 중에 할아버지만 나와서 일하고 계신 듯 보였다. 누군가에게 묻지는 않았지만 주인할머니이 부재와 닭계장의 부재가 묘하게 와 닿았다. 그 집의 메인 메뉴는 아니었겠으나, 그 닭계장은 할머니의 내공이 한껏 녹여진 그런 무엇 아니었을까? 하는 상상을 했다. 동시에 할머니의 건강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분명 몇달전에는 정정하게 일하시는 모습을 보았기에 그런 생각은 미쳐 하지 못했었다.
#나이듦에 대한 걱정
거의 50살이 되어간다. 노화가 부쩍부쩍 오고 있는 느낌이다. 좋아하는 운동도 조금씩 어려워지고있고, 어딘가 조금이라도 다치면 쉽사리 낫지 않아 좋아하는 것들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줄어든다. 죽음의 날은 정해 져있는데 좋아하는 걸 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드니, 아쉽기 그지없다.
할머니의 건강과 닭계장은 무관할수도 있다. 어쩌면, 그저 닭고기 값이 부쩍 오르는 통에 닭계장을 포기하신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나 말고는 닭계장을 즐기는 이가 없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의 주변을 이루고 있는 많은 사람들 중에 한명이 나이와 건강을 이유로 자리를 비우고 그런 것들을 아쉬워하는 순간이 자주 오고 있다. 어쩌면 나에게 온 노화가 다른 사람에게 온 변화를 건강의 이유로 추정하게 되는 비율이 그저 늘어난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품위를 유지하며 살 수 있는 시간을 얼마나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