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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IP를 망친 감독 그리고 제작사
택시운전사를 보고 많이 허전했다.
"1980년 5월, 광주로 간 택시운전사"
쇼박스 홈페이지에 있는 포스터의 가장 큰 타이틀 문구이다.
좋은 소재이다. 1980년 5월, 광주 만으로도 사람들의 눈을 끌을 수 있다. 그런데 외부의 눈으로 본 광주의 모습을 본 또다른 시민이라니 정말 좋은 영화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전작이 화려했던 감독(장훈), 어떤 배역이라도 높은 퀄리티를 뽑아내는 배우(송강호). 이 정도면 평타 이상을 기대하는게 무리였을까?
씨네21 허남웅 기자의 표현처럼
"감동과 눈물 그 이상을 기대했다. 특히 이 조합에서는.”
이 조합에서 이 정도의 영화를 기대했던 것은 아니다. 자본도 풍족했고 배급도 탄탄했다. 어디서 꼬인 것일까. 무엇이 문제였을까. 알 수 없다.
생활인 특히 도시 서민으로서의 송강호는 탁월하다. 시나리오의 허술한 디테일을 송강호의 연기가 메운다.
독일 기자로 나온 토마스 크레취만은 연기할 기회가 없어 보인다. 대사도 적고 감정을 표현할 타이밍이 없다. 나름 이름값이 있는 배우를 불러온 것치곤 허술하다. 영화의 30%를 이끌어가는 배우에게 연기를 보여줄 기회가 없다.
류준열 배우와 유해진 배우는 기본을 잘 해준다. 박혁권 배우도 반갑다.
엄태구 배우도 반가웠다. 전혜진 배우는 짧게 나왔지만 탁월하다. 이 배우가 더 많은 역할을 맡아 더 많은 것을 보여주길 바란다. 남편인 이선균 배우만큼은 영화나 드라마에 나와줘야 하는 배우 아닌가? 능력있는 여자배우들이 설자리가 없다는 것이 슬프다. 재능과 능력을 가지고도 보여줄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상상하기조차 싫다.
광주에 진입하는 과정은 설득력이 있었다. 광주 시민을 만나는 과정, 광주적십자병원, 광주 시위 취재 과정, 유해진의 방문, 안기부에 쫓기는 과정, 매끄럽지는 않았지만 80년 5월의 광주이기 때문에 불편하지않게 넘어갈 수 있었다. 유해진의 가족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기무사에 쫓기는 과정은 전형적이어서 지루했다. 광주에서 나오는 과정은 더더욱 재미없다. 탈출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추격신은 덧없다. 유해진 배우의 몸값을 채우기 위한 시간 때우기 이상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택시운전사들은 그냥 평범한 시민이었어야 했다. 외국의 이름모를 기자와 서울의 택시운전사를 위해 목숨을 걸만한 시민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택시운전사와 독일 기자는 서로를 그렇게 애타게 그리워했을까? 잘 모르겠다. 그랬을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조금 더 건조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변호인의 온도만 되어도 좋았을 것 같다. 문득 생각이 든다. 이것이 송강호 배우의 자기 복제가 아니길. 택시운전사에서 잠깐 멈추고 다른 모습을 보여주길. 난 그에게서 나올 수 있는 것들이 100만개쯤 더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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